해고된 파견노동자들, ‘직접고용’ 끌어낸 첫 사례
2010-11-02 00:00 | VIEW : 3,027
ㆍ‘기륭 투쟁’의 의미
ㆍ200만명 달한 간접고용… 제도적 개선 공감대 이뤄
ㆍ비정규직에 ‘작은 희망’… “법 개정 여론 확산 돼야”

기륭전자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요구’가 5년여 만에 노사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향후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으는 데 단초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포클레인 위에서 18일째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소연 기륭전자 노조위원장이 1일 오전 농성을 풀고 포클레인에서 내려오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 2년 미만·불법파견 노동자 ‘작은 희망’ = 기륭전자가 직접고용키로 한 10명의 기륭분회 조합원은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통해 보호받지 못하는 2년 미만의 노동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행 파견법은 2년 동안 같은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에만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기륭전자와 같은 제조업 생산공정은 파견직을 사용할 수 없지만, 불법파견이라 해도 과태료를 물리는 것 외에 정규직 전환 의무는 부과하지 않는다.

기륭전자 분회의 이번 합의는 사측의 해고에도 불구하고 노조원들이 투쟁을 통해 사측의 직접고용 합의를 이끌어낸 첫 사례다. 유흥희 기륭전자분회 조합원은 “불법파견에 대해 과태료 납부 후 아무런 고용책임을 지지 않던 사측이 결국 직접고용을 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는 것이 비슷한 현실에 처해 있는 비정규직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구자현 지회장도 “작은 사업장이지만 파견·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만들어 간접고용이 만연한 한국사회 고용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 간접고용 실태 개선될까 = 기륭 노사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실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노동부가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용하도급 현황’에 따르면 963개 사업장 근로자 168만5995명 중 21.9%에 해당하는 36만8590명이 사내하청 근로자다. 노동계에서는 중소제조업체의 파견노동자까지 포함할 경우 간접고용 노동자가 100만~200만명에 이르고, 대부분이 불법파견 노동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간접고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파견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만연한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직업안정법을 통해 간접고용을 활성화하고 파견업종과 임시직 단시간 근로를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강하게 펴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장기투쟁 사업장이 생기지 않도록 간접고용, 파견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전 사회가 성찰과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험난했던 협상과정 = 법·제도가 걸림돌이 되면서 기륭전자 사태도 수차례 난항을 겪었다. 2005년부터 교섭횟수만 수십여차례에 이른다. 몇 차례 잠정 타결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막판에 모두 뒤집어졌다. 2008년 6월 대법원이 노조가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린 후로는 사태 해결이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삭발과 공장옥상 점거농성, 김소연 분회장의 94일 단식 등이 이어졌지만 교섭은 결국 백지화됐다. 지난 6·2 지방선거에는 오석순 조합원이 서울시의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최종 타결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직접고용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를 이루고 지난달 13일 조인식을 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 사측 거부로 물거품이 됐다. 조합원들은 다시 3번째 단식에 돌입하고 김 분회장은 굴착기 위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각계각층의 기륭사태 해결 촉구가 이어지면서, 노사 양측은 결국 1895일 만에 최종 합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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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일 만에 멎은 ‘기륭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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